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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나비 블랙박스 "시간 설정을 확인해주세요"

아이나비 블랙박스 "시간 설정을 확인해주세요"

Z300 블랙박스 내장 배터리 교체기


차량의 블랙박스는 사고시 과실여부 확인 등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 사항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되었습니다.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어야 자동차 보험료도 할인이 되고요. 지금 몰고 다니는 차량이 대략 4년 조금 넘었는데, 두어달 전부터 시동을 걸고 블랙박스를 켤때마다 다음과 같은 안내가 나왔습니다.

"시간 설정을 확인해주세요"

가만 보니, 시간 설정이 초기화 되어있었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블랙박스는 아이나비 Z300 모델입니다. 출퇴근은 다른 차량을 사용하고 가끔씩 사용하는 차량이다보니, 시동을 끄면 차량배터리 때문에 블랙박스를 꺼놓습니다. 블랙박스가 전원이 꺼졌다가 켜지면 어김없이 시간 설정이 초기화 되어 위와 같은 안내가 나왔습니다. 물론 시동을 끄더라도 블랙박스 전원을 끄지 않으면 해당 문제는 없지만, 차량 배터리 방전이 더 귀찮은 일이라 블랙박스를 상시 켜놓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아내와 아기를 태우고 외출을 하려는데, 그날따라 무척 블랙박스 시간 초기화가 신경쓰였습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멀쩡했을 때에는 전원을 껐다가 켜도 시간 설정을 별도로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블랙박스 내 RTC(Real Time Clock) 모듈이 있고,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글링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장 배터리가 있고, 제 블랙박스는 배터리가 이제 방전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단순하게 블랙박스를 열고 LR44와 같은 시계 전지로 교체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블랙박스 내장 배터리 교체 후기를 보니 좀 황당하더군요. 대다수의 후기를 보면 MS621FE 전지인데, 아마 세이코 시계 전지인듯 합니다. 근데, 이건 납땜을 해야 배터리 교체가 되는 녀석입니다. 아이나비 뿐만 아니라 여럿 블랙박스가 내장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을 염두해두지 않은 설계입니다. 그냥 새 블랙박스를 구매하라는 의도일까요?

물론 내장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 블랙박스는 GPS 내장형이 아니기에 외장 GPS모듈을 설치하면, GPS로 시각을 받아오기에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GPS 신호를 잡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하지만, 가장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고 추가적으로 차량 속도, 위치 정보까지 기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도 보아하니 2~3만원이면 되겠더군요. 그런데, 차량 앞 윈도우에 뭔가 더 다는게 개인적으로 싫습니다.

그냥 블랙박스 내장 배터리를 교체할 생각에 아이나비 홈페이지에 갔더니, FAQ와 같은 곳에서도 내장 배터리 교체에 관한 글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느 블로그에서 확인해보니 AS로 맡기면 대략 3~5만원이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냥 내장배터리 다되면 외장 GPS를 달든 블랙박스를 새로 사라는 것이네요.

이게 좀 황당한게 인건비가 들어갈 수 있고, 지불할 용의가 있는데 배터리 교체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기에는 터무니 없습니다. MS621FE는 하나에 1천원도 안하는 전지입니다. MS621FE 전지가 납땜해야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을 수 있긴 합니다. 처음부터 교체가 편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부터가, 내장 배터리가 방전되면 아예 새 블랙박스를 사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1개에 1천원도 안하는 전지 입니다.


뭔가 기분이 나쁘지만, 그냥 자가 교체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혹시나 다른 차량에도 추후에 비슷한 일이 있을 것 같아서 MS621FE 전지를 2개를 배송비 포함해서 3천원 남짓에 구매합니다.


빨간 표시된 부분에 배터리가 있습니다


나사를 하나씩 풀어서 조심스레 열어봤습니다. 은근 여는 것도 성가신게 나사를 다 풀어도 플라스틱 커버끼리 결합되어 있는 곳을 일자드라이버로 조심스레 벌려줘야하는데, 아예 다시 열어보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인듯 합니다. 제껴야 할 곳이 많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배터리 아래도 다리가 2개 있고 납땜이 되어 있습니다. 어느 블로거 분께서는 그냥 배터리를 잡고 다리부분을 접었다 폈다해서 떼어냈다고 합니다. 뭐 안될껀 없긴 한데, 아래 사진처럼 desoldering wire를 이용하면 편합니다.

납땜을 떼어내고 싶은 곳에 desoldering wire와 함께 인두로 지져주면 납이 녹아 desoldering wire에 스며들어 남땜된 부품을 떼어내기 수월해집니다. 전지를 떼어낸 사진은 남겨두지 않았네요.

새 배터리를 다시 납땜을 하는게 기존 것을 떼어내는 것보다 좀 더 성가십니다. 배터리가 지름이 기껏해야 5 mm 밖에 안되고, 양극과 음극 다리 간격이 약 1 mm 밖에 안됩니다. 작고 가벼운 녀석이라 살짝만 건드려도 납땜해야할 다리가 딴 곳으로 가버리고, 극성끼리 간격도 좁아서 잘못 납땜하면 합선됩니다.

의외로 단순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테이프로 전지를 고정하고 납땜하면 됩니다. 혹시 인두때문에 테이프가 변형이 올까봐 저는 3D프린터 때문에 오래전에 사놓은 켑톤 테이프로 고정해서 납땜했습니다. 납땜할 때에는 인두 끝에 납을 조금 녹여서 배터리 다리에 살짝 "톡" 건드리는 수준으로 해도 충분합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입니다. 그냥 플락스틱 커버를 다시 끼우고 나사 5개만 조이면 됩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차량에 설치해서 확인해보니 이제는 "시간 설정을 확인해주세요"라는 안내 멘트가 사라졌습니다.

이래저래 분해하고 납땜하고 정리까지 하는데 30분이 안걸린 듯 합니다. 인두 식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앞서도 언급했건 이야기이지만, 블랙박스를 내장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제조사의 상술이 너무 짜증났습니다. 블랙박스를 분해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사를 풀었다고 그냥 손쉽게 열리는 구조도 아닙니다. 그리고 배터리를 납땜했다는 것부터가 교체하는 것을 염두하고 있지 않았다는거죠. LR44와 같은 전지를 쉽게 교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사용자에게 무엇보다도 편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누가봐도 새거를 사든, 악세사리를 달든 해라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는게 은근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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