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자전거 라이딩과 전조등, 눈부심(눈뽕), STVZO 전조등
자전거 타기는 건강 유지, 취미 활동, 환경 친화적인 교통수단, 사회적 교류(친목) 등 다양한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활동입니다. 한강 및 한강으로 합류되는 지천들을 따라 자전거 길이 상당히 잘 구축되어 있으며, 이제는 전국적으로도 자전거 길이 잘되어 있는 지자체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한가로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좋아해서 몇 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는데 취미라고 할만큼 열심히 타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자전거인의 입장이 아닌 보행자 입장에서 늘 아쉽게 느껴지는 자전거 전조등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이야 주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즐기십니다. 야간 라이딩의 경우 어두운 환경이다보니 효율적인 전조등 및 후미등이 필요합니다. 한강 등의 자전거 길에는 가로등이 있는데 전조등이 필요없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조등 및 후미등은 단순히 길을 비춰주는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여기에 있음을 내 앞뒤에 있는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자전거 전조등을 구매하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보면, 참 많은 제품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까페 등의 동호회 추천 글을 보게 되면 어떠한 제품이 가성비가 좋고, 밝기가 밝더라 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만히 글을 보다보면 대부분 밝기가 몇 루멘이고, 완충시 몇 시간이니 하는 밝기와 시간이 주요 선택 요소입니다. 심지어 여러 유튜버들의 전조등 리뷰 등을 보더라도 밝기, 시간, 점멸 기능, 생활방수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한 리뷰나 추천 등을 보다보면 아쉬운 것이 맞은편 사람에게 눈부심, 일명 눈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심지어 어느 유투버의 제품 리뷰를 보면, 전조등을 켜니 저 멀리 신호 표지판이 밝게 반사됩니다. 몇번을 반복해서 봤는데, 저 멀리 저 높이까지 골고루 밝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눈뽐 제품을 추천하고 있는 것이지요.
요즘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누가 자신의 자전거 및 전조등의 사진을 올리면, '조명을 낮춰라', '눈부심 방지갓을 달아라' 등의 글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과거나 지금이나 야간에 자전거를 타고 나서거나, 산책을 나서보면 눈부심이 심한 자전거가 참 많습니다. 이제는 자전거 뿐만 아니라 각종 전동기기들도 눈부심이 심합니다. 정말 고역인 것은 어두운 밤에 반대편 일명 '눈뽕'때문에 제가 시야를 잃게 되는 겁니다. 위험한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눈부심이 심한 전조등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죠.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앞을 밝게 비추는 것이라고 말이죠. 전조등이 내 바로 앞의 길 뿐만 아니라, 저 멀리, 그리고 좌우로도 넓게 비추고 싶은데, 가성비와 밝기를 따지다보니 엄청 밝은 전조등을 사용하면 중앙뿐만 아니라 폭넓게 비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단순히 밝기에 초점을 맞춘 상당수의 LED 전조등의 문제는 빛이 너무 과도하게 강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조사되어 다른 사람들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눈부심 방지갓이라는게 달려있는 제품이면, 봐줄만 한테 그마저도 비용 절감인지 안달려있는 제품이 대부분이고, 그걸 안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누가 제게 자전거 전조등 추천을 요청하면 저는 다른 것 다 필요없고 STVZO에 적합한 제품을 고르라고 합니다. STVZO 전조등은 독일 도로 교통 허가 규정(STVZO, Straßenverkehrs-Zulassungs-Ordnung)에 따른 자전거 전조등 기준을 말합니다. 이 기준에 따라 제작된 전조등은 눈부심을 최소화하면서 시야를 확보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전조등의 빛이 지나치게 높게 조사되지 않도록 조사각을 조절합니다. 이는 다른 도로 사용자의 눈에 직접 빛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앞쪽의 도로를 충분히 비추어 안전한 주행을 도와줍니다. STVZO 전조등은 빛이 직진하여 앞으로 효율적으로 비추면서도 주변 사물을 잘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많은 STVZO 인증 전조등은 비대칭 렌즈 또는 반사판을 사용하여 빛을 아래쪽으로 더 많이 집중시키고, 상향 빛은 제한합니다. 이러한 비대칭 광학 설계는 차량의 전조등과 유사하게 도로를 잘 비추면서 상향 빛을 줄여 눈부심을 감소시킵니다.
STVZO 기준에 따른 전조등은 일정 수준 이상의 조명 강도를 제공해야 하며, 빛의 범위도 충분히 넓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전조등은 빛을 넓은 영역에 걸쳐 고르게 분산시켜야 합니다. 이는 중앙만 밝고 주변이 어두운 '핫스팟' 현상을 방지하고, 더 넓은 시야를 제공 이를 통해 야간 주행 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때, 넓은 영역에는 위쪽을 향하여 눈부심을 유발하는 방향은 의미하지 않습니다.
STVZO 기준의 전조등은 견고하고 오래 지속되는 내구성을 가져야 하며, 각종 충격이나 날씨 조건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조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키고 지속 가능한 사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STVZO 전조등은 특히 독일과 유럽에서 자전거 주행 안전을 위한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 십여년 전만 해도 STVZO 기준의 전조등을 구매하려 하면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부쉬앤뮐러 익손 시리즈의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려해도 10만원이 넘었으니까요. 그 당시 전조등이 너무 비싸다면서 투덜거리며 구매했었는데,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밝기만 봤을 때는 엄청 밝은 녀석은 아니었습니다. 부족하지 않을 밝기의 빛이 좌우, 앞으로 넓게 균일하게 퍼져있는게 마치 자동차 조명처럼 위로 향하는 빛 없이 낮게 깔려있어 앞에 서서 쳐다봐도 눈부심이 없었습니다. 마냥 밝은게 좋은게 아니라 적절하게 비추는게 좋은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자전거 전조등은 STVZO 기준의 제품만 구매하는데, 이제는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비롯하여 여러 쇼핑몰에서 잘 찾아보면 STVZO 기준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야간 라이딩에 있어서 전조등은 안전을 위한 필수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편의를 위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됩니다. 눈부심 방지갓을 달아라 마라 할 것 없이, 어느 제품을 구매하던지 일명 눈뽕을 당할 일이 없도록 국내에도 법령으로 자전거 전조등의 눈부심에 관한 규제 도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