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UCASH(그누캐시)로 복식부기 가계부 작성
부제: 복식부기 가계부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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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수입이 늘어나고, 가정을 꾸려나가며 집과 관련한 관리비, 대출, 식비 등의 생활비, 경조사 등 다양한 지출이 생겨났습니다. 오랜 생활을 해왔었는데, "매달 대략 어느 정도 돈을 썼다. 카드값이 얼마 정도 나왔다. 대출은 어느 은행에 얼마 정도 있다. 예금은 어디에 얼마 있다." 이런 식으로 막연하게 생활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실은 상당 부분 생활비에 대한 지출은 월금을 거의 아내에게 넘겨서 아내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매달 저의 카드값과 체크카드 지출이 들쭉날쭉하며, 어느 시기에는 막연히 생각한 것보다 많은 카드 값을 내기도 하고, 어느 시기에는 평소와 다른 수입으로 아내에게 생활비를 일정하게 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휴대폰 요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도 정확하게 몰랐습니다. 한달에 얼마나 커피를 사서 마시는지도, 배달 및 외식을 얼마나 하는지도 감이 없었습니다.
제 아내의 경우, 영수증을 하나하나 모아서 모든 식자재 등의 품목들을 전부 액셀로 정리해서 가계부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기마다 저에게 간략하게 수입/지출/자산 등을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딱히 요구한 적은 없는데, 제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아내에게 바로 주고 있어서 그런지 아내는 가끔 현황을 보여줍니다. 아내처럼 액셀로 관리를 할까 생각을 해봤었는데, 나중에 수입/지출 등의 데이터를 처리하기에는 저에겐 액셀이 불편했습니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기에는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쓸만한 프로그램이 없나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복식부기
아내가 돈 관리하는 방법은 단식부기입니다. 그냥 얼마 들어왔고, 얼마 나갔다는 내용한 한번씩만 적는 방법입니다. 이전에 공시된 재무제표를 읽는 방법을 공부할 때, 복식부기라는 것을 잠깐 살펴본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가계부를 복식부기로 쓴다는 분들의 글을 종종 본 적이 있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리고 지금도 복식부기가 아리송하긴 합니다. 단순히 수입/지출을 한번씩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번씩 써야하는 게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돈의 흐름이 명확해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해서 이참에 공부도 해볼까 싶어서 복식부기 가계부 프로그램을 찾아봅니다.
가계부 프로그램 후보
인터넷에 복식부기 가계부를 검색하면 단연 가장 추천되는 것은 "후잉"이라는 어플이 아닐까 싶습니다. 웹상에서도 가능해 보이고 어플로도 쉽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도 좋은데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유료 서비스입니다. 뭐 한달에 커피 한잔 값도 안되는 것이고, 서비스 요금으로는 충분히 합당해 보입니다. 근데, 저는 제 자산 내역이 타 서버에 올라가는 것도 꺼림직하고, 스마트폰 초기에 다른 가계부 어플이 잠깐 써본 적이 있었는데, 문자 메시지를 읽고 자동으로 가계부를 작성해주는 편의 기능이 한편으로는 금전 관리를 더 멀어지게 하였습니다. 그냥 자동으로 입력되고 있겠거니 하면서 한두달이 지날때까지 수십 건 이상의 지출이 그냥 보지도 않고 쌓이게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냥 윈도우즈에 설치하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한때 "미르"라는 개인 개발자의 프로그램이 추천되던 때가 있더군요. 최근 몇 년 동안 업데이트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어느 글에 달린 개발자의 답변이 소스코드를 잃었다고 하네요. 다시 만들기에 엄두가 나질 않을 겁니다. 앞으로 몇 년간 써야할 프로그램이 업데이트가 안된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가급적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찾고 있었는데, GNUCASH를 쓴다는 글이 가끔 보였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망설여졌습니다. 금전 관리와 관련한 영단어들을 잘 모르는데, 영문 프로그램을 과연 편하게 쓸 수 있을까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한글 패치도 블로그에 올리신 분도 계시는데, 현재 버전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었습니다. 다른 대안을 며칠동안 찾아 헤메었는 데,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그냥 좀 불편한 영문이라도 그냥 써보는 것을 시도해보자 싶어 설치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메뉴가 한글입니다.
이외에 엑셀 파일로 작성된 것도 찾긴 했지만, 가급적 액셀에 온갖 스크립트가 들어간 것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집에서는 2010버전을 쓰다보니 과거 액셀로는 안되는 기능이 있다나요.
GNUCASH(그누캐시)
결국에는 GNUCASH로 가계부를 정리하기로 하고, 이전에 나름 복식부기를 흉내낸 기록들을 하나씩 GNUCASH에 수작업으로 입력하였습니다. 상당히 고역이긴 했지만, 그래도 단순하게 기록된 액셀 파일보단 각 계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온갖 함수나 프로그래밍을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으로 정말 만족합니다.
복식부기 가계부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 가장 귀찮은 작업은 자산, 부채 등을 정리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오늘부터 가계부를 써야지 하며, 입/출금 내역만 적는 것이 아니라 가계부를 시작하기 전에 각종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었는지, 부채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을 하고 맞춰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해서 신용카드로 구매한 내역들이 부채로 쌓이는데, 카드 대금일에 빠져나가는 금액은 사용 시기가 직전 달의 일부 기간과 이번 달의 일부기간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신용 카드사용(부채)이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시점보다 전에는 얼마나 있었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예시 그림은 제 계좌가 아니기에 영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 사용이 가능합니다.
카드 대금이 나갈 때, 내가 카드 사용 내역 중에 어떤 결제 내역들이 어느 계좌에서 지불되었는지 확인하고 부채 값을 줄이는 작업을 할 때면, 복식부기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만,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대금 결제 때, 가장 귀찮은 점은 결제 내역 중 일부는 카드값이 청구될 때 할인이 들어가는 내역들이 있습니다. 분명 제가 결제한 카드 내역은 100만원이여야 하는데, 실제 카드 대금이 98만원 나갔다고 하면, 어디선가 계산이 틀어지는 것이죠. 강제적으로 카드 사용 내역과 금액을 한번 더 보게 됩니다.
아무래도 오픈소스이고 한국어 기반 프로그램이 아니다보니 몇몇 자잘한 불편함은 있습니다. 한글을 입력할 때 마지막 글자가 잘리고 다음 텝에 따라온다던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익숙해지고 나면 별거 없습니다. 금액 숫자에 소수점 두번째 자리까지 나오는 게 기본 설정이라 각 계정마다 상품가치를 1로 설명하며 소수점 표기를 없애는 것도 귀찮은 작업이긴 합니다.
GNUCASH로 검색을 해보면 안드로이드 어플이 3개 정도 보이는 데, 가장 공식적으로 보이는 것은 업데이트가 안된지 오래되었습니다. 다른 것들도 딱히 컴퓨터에 있는 파일하고 연동하는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저는 그냥 컴퓨터로 쓰고 있습니다.
가계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더니, 한달에 어디로 얼마가 지출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대출이 얼마 있고 예금이 얼마 있어서, 현재 내 순 현금 자산이 얼마다 하는 것을 늘 막연하게 생각하다가 막상 정리를 하니 한번에 확인할 수 있어 편합니다. 나름 리포트 작성하는 기능도 있어서 필터와 잘 조합하면 월별 지출 내역이라든지 자산/부채 밸런스라든지 여러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복식부기를 조금은 공부한다는 진입 장벽이 아주 조금 있어서 쉽게 손이 가질 않을테지만, 가계부를 적기로 마음먹었다면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